안녕하세요. 날씨가 무척 포근하죠? 지난주 초에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추울 거라고 했는데 따뜻하네요. 며칠 전에 기상청장이 기상 예보가 잇달아 빗나간 것을 사과했습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예측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리인지도 모르죠. 오늘은 기상청 예보가 잘 맞아떨어지길 빌며 정밀도와 정확도를 좀 알아볼게요. 사전에 보면, 정밀도는 "측정의 정밀함을 나타내는 정도."이고, 정확도는 "바르고 확실한 정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게 그거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서 풀어볼게요. 제가 시계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시계는 한국표준시각보다 5분 빠릅니다. 이 시계가 내년에도 5분 만 빠르고, 10년 뒤, 100년 뒤에도 5분 만 빠르다면, 이 시계는 정밀한 겁니다. 곧, 여러 번 반복해도 측정값이 같다면 그것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표준시각과는 다르므로 이 시계는 정확한 시계는 아닙니다. 참값과 견줘 차이가 나므로 정확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표준시각보다 5분 빠른 제 시계가 매년 1분씩 차이가 줄어들어, 내년에는 표준시각보다 4분 빠르고, 그다음 해에는 3분 빠르고... 4년 뒤에는 1분 빠르고, 5년 뒤에는 표준시각과 맞는다면, 해가 바뀌면서 같은 시간을 맞추지 못하므로 이 시계는 반복 간에 차이가 있어 정밀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5년 뒤에 본 시간은 표준시각과 일치하여 5년 뒤 그 시계는 정확한 시계가 되는 거죠. 다시 정리해 보면, 정밀도(精密度, precision)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正確度, accuracy)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다른 보기로 좀 풀어볼까요? 군대에서 총 영점을 잡을 때, 종이 한가운데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밖에 조금씩 큰 동그라미를 그린 종이에 가늠자로 종이 한가운데를 보고 총을 여러 발 쏩니다. 그때 총알이 지나가면서 뚫린 구멍이 오른쪽 위쪽에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그 총은 정밀한 겁니다. 비록 종이 가운데는 아니지만 연속해서 총을 쏴도 거의 같은 오른쪽 위쪽을 뚫고 지나갔으므로 그 총은 정밀한 거죠. 흩어짐이 작은 겁니다. 그러나 종이 가운데를 맞추지 못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거죠. 정확한 총은, 총알이 종이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 경우입니다. 그러나 처음 쏜 총알은 종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고, 두 번째로 쏜 총알은 종이 오른쪽 위를 뚫고 지나가고, 세 번째는 왼쪽 아래, 내 번째는 다시 한가운데... 뭐 이렇게 맞췄다면,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흩어짐이 큰 그 총은 정밀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은 겁니다. 이제는 정밀과 정확을 가르실 수 있겠죠? 이제 언론 기사를 좀 보죠. 기상청에서 1월 31일 낸 보도자료에는 정확이라는 낱말은 8번 나오지만 정밀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고 언론에서 쓴 기사를 좀 보겠습니다. 중앙일보, 1월 31일. http://news.media.daum.net/culture/life/200701/31/joins/v15565534.html "자료의 정밀도와 예보관의 예측 능력에 따라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에 쓴 '자료의 정밀도'는 '자료의 정확도'가 맞습니다. 같은 것을 잰 결과로 어제 나온 자료와 오늘 나온 자료가 똑같다면 그건 정밀한 거지만, 기사에 쓴 '자료'는 날씨를 예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말하므로 '반복'이 들어간 자료가 아닙니다. 어제 잰 온도와 오늘 잰 온도는 다른 게 당연하잖아요. 뒤에 나온 '정확성이 판가름난다'는 맞습니다. ytn, 2월 1일. http://tvnews.media.daum.net/part/lifetv/200702/01/ytni/v15591822.html "우리 현실에 맞고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을 도입해 예보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은 슈퍼컴퓨터에 같은 자료를 넣고 어제 돌리고, 오늘 돌리고, 내일 돌려도 그 결과가 같다면, 그 예보 모델은 정밀한 겁니다. 그러나 기상을 예측하는 자료는 수시로 변합니다. 기상과 관련된 자료를 넣어 기상 예보를 뽑아내는 데 그 예보와 실제 기상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정밀'한 게 아니라 '정확'한 겁니다. 따라서 '정밀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아니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 예보 모델'이 맞습니다. 뒤에 쓴, '우선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예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는 맞는 말입니다. 머리아프신가요?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쉽게, 정밀도는 반복에 따른 차이를 뜻하고, 정확도는 참값과의 차이를 뜻한다는 것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보태기) 중앙일보 기사 가운데 '자료의 정밀도'가 기상 예보에 쓸 자료는 얻는 관측과정과 우연오차, 곧, 관측장비와 관측방법에 따른 반복 간의 차이를 뜻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연오차란 원인이 불명확한 오차를 말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홍어 안 먹은 지 오래됐다 >> 홍어 먹은 지 오래됐다] 어제는 점심때 홍어를 먹었습니다. 회사 높으신 분이 홍어를 사 주시겠다며 저를 꾀더군요. 가볍게 넘어가 줬죠. '그래, 홍어 안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 오늘 목에 때 좀 벗기자 '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므로 작은따옴표) 이 말에서 뭐 걸리는 게 없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잘못된 말입니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오래전에 홍어를 먹고 최근에는 먹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말하려면, "홍어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라고 해야죠. 그렇지 않나요? 홍어를 먹은 지 오래된 것이지, 홍어를 안 먹은 지 오래된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홍어를 먹은 지 너무 오래됐다"라고 해야 합니다. 흔히, 이야기를 잘못 해 놓고도 억지를 쓰는 말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가 있습니다. (아래는 이진원 님의 말입니다.) 정말 개떡 같은 말이다. 두말할 것 없이 개떡은 개떡이다. 개떡을 찰떡으로 알아듣는 말글생활이 청산되는 날,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학교에 교육용 컴퓨터를 들이면서 뒷돈을 받는 교육자도, 찾아오지 않으면 스스로 찾아가서 봉투를 들이밀어야만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유흥업소 업주도 사라질 것이다. 외국 관광객을 위해, 우리나라 간판에 한자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장관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저는 차마 못 하는 말을, 이진원 님이 시원하게 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보태기) 위에서 셋째 줄, '저를 꾀더군요.'를 '저를 꼬시더군요.'라고 쓰시면 안 됩니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는 뜻의 낱말은 '꼬시다'가 아니라 '꾀다'입니다. <저작권자 ⓒ 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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